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님은 함께 음식을 먹기도 하셨고, 이전과 똑같이 대화를 나누었다. 예수님의 몸에는 여전히 못 자국이 남아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었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 수 없다. 따라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예수가 아니다' 라는 삼단논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확립한 헬라철학의 핵심 논리이다. 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의 개연성이다. 시간은 물론 공간까지 초월하시는 예수님의 부활을 삼단논법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의 견고함 때문에 바로 옆에 계신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는 제자들의 어리석음이 나에게도 있다. 그 견고함을 예수님은 말씀으로 깨뜨리신다. 이사야를 비롯한 선지자들의 수 천년을 관통하는 예언의 말씀을 통해 제자들은 마음속에 뜨거움을 느끼고, 그 새로운 인식은 예수님을 다시 알아보게 만들었다. 예수를 만나는 사람은 예수의 부활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또한 예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눈으로 목격한 제자들은 자신들에게도 그 공포스러운 죽음이 곧 임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사랑했던 스승을 지키지 못했다는 깊은 죄책감에 빠져있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들이 예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죽음이 있다는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존재라면 다 경험하는 죽음이라는 비존재를 회피하게 된다 (폴 틸리히). 비존재 (nonbeing) 를 피하기 위해 존재 (being) 를 피하는 것은 중독, 허무주의, 영웅주의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하신 첫 말씀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항상 죽음을 기억하되 (Memento Mori), 그 죽음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이 진리를 깨닫는 사람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맛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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