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산상수훈은 갈릴리지역에서 선포되었는데, 그곳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가난하고 병든 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이었다. 병으로 고통당하는 자, 귀신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이 예수님께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세상에서 버림받고 죄인이라 손가락질 당하던 인생의 실패자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들에게 하나님의 복이 주어진다고 선포하셨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인생의 벼랑끝에 서있는 사람이며, 애통하는 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온유한 자는 모든 고난을 겪고 아무런 소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갈릴리 사람의 모습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아무 의지할 곳이 없이 예수님만 따라다니는 사람들며, 긍휼히 여기는 자는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자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아무런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반 민중들이며, 화평케하는 자는 다른 사람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가진 것이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다. 의를 위하여 핍박 받는 자는 율법을 지키지 못해서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따르는 사람이다. 산상수훈은 그 당시의 지배계층에 의해 차별받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갈릴리의 비참한 민중들에게 하나님의 복이 임함을 선포한 귀한 말씀이다.
이사야 61장에는 아무런 자격이 없는 가난한 자, 마음이 상한 자, 포로된 자, 갇힌 자 에게 메시야의 구원이 임한다고 예언되었으며, 이것은 예수님의 오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누가복음 4:16에 명시되어 있다. 율법을 지켜야만, 종교적인 열심을 내야만 하나님의 복을 받고 천국에 들어간다는 그 당시의 행위구원론에 대항하여, 예수님은 엄청난 도전을 던지신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가장 빠지기 쉬운 유혹은,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을까?' 이다. 우리는 우리가 한 노력과 행동에 대한 댓가로, 아니면 어떤 자격이나 조건을 전제로 신에게 구원을 받는다는 행위구원론에 깊숙히 젖어있다.
"아무 자격없는 나를 조건없이 구원하시는 신적의지"
기독교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이 나에게 찾아오셔서 아무 자격없는 나를 조건없이 구원하신다는 신적의지를 믿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존재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죄책감을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셨다. 나에게 병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치료가 시작되는 것처럼, 나에게 죄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하나님의 조건 없는 구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기에 이미 죄인으로 낙인찍혀 살고 있던 갈릴리의 무리들이 오히려 복되다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구원론은 바로 우리에게 복된 소식이 된다.
우리는 언제나 부족하며, 죄에 빠져 있고, 세상의 유혹을 이길 힘이 없지만, 이러한 것들이 절대로 우리를 절망케 할 수 없다. 우리가 이룩해 놓은 것에 대한 댓가가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바로 우리의 소망의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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